나를 탐구하는 사주명리, 이번 시간에는 지지의 '미토'를 알아보겠습니다.

 

미토(未土)는 오행 중 에 배속되고, 음양 중에는 음에 해당하여 음토가 됩니다.

 

 

키워드 하나. 양

 

> 온순함과 사나움

 

동양에서의 양은 면양과 산양(염소)을 모두 지칭합니다. 흔히 양은 여성적인 온순함을 상징하고, 염소는 사납고 남성적인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미토 안에는 이 두 가지가 혼재해 있습니다. 겉으로는 온순하지만 내면엔 매우 사납고 거친 성격이 들어 있습니다.

 

염소의 뿔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뿔은 들이받는 용도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차하면 공격하죠. 사주에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야 공격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건 온순함 가운데 드러나는 사나움은 상대를 놀라게 합니다.

 

> 희생

 

양은 희생의 아이콘입니다. '희생양'이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죠. 오래전부터 양은 신에 대한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제사는 종교적인 것과 연결됩니다. 

 

미토는 영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심일 수도 있고 자연에 대한 영적인 기원이기도 하며, 학문과 수양의 결과로 얻은 깊은 직관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양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가축 중 하나였습니다. 양의 희생으로 인간은 많은 혜택을 누려 왔습니다. 미토 역시 희생정신이 투철합니다. 하지만 희생하고 싶은 대상의 범위는 좁습니다. '인류를 위해 희생하겠다'기보다는 가족, 특정 조직, 친구 등에 한정되는데, 특히 남녀 모두 자식에 대한 애정이 강합니다. 

 

그런데 희생이란 말을 자기 스스로에게 붙이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스스로 희생적이라 생각할 때는 대가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일어납니다. 그 대가는 영원히 채워질 수 없고, 결국 끝없는 원망과 결여의 상처로 이어지게 됩니다.

 

> 객지

 

미토는 객지와 인연이 많은 편입니다. 양이 유목민들과 함께 초원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던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여러 이유로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갈 수도 있고,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혼자 집을 떠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방 발령이나 여행, 출가, 외부 강의 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어와도 인연이 있는데, 그것은 원거리 이동에 필요한 요소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객지 생활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가 늘 벌어지듯이 미토의 일상에도 늘 사건 사고가 일어납니다. 객지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일은 거의 미봉책입니다. 그러나 미완의 해결이라 해도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나름의 삶과 지혜와 뚝심이 생깁니다. 

 

한편으론 사건 사고가 원망과 비관적인 마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경험이 그를 큰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좁은 곳에 가두기도 합니다. 특정한 현상이나 사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결벽적인 회피 반응을 보인다면 후자의 속하는 것입니다. 역시 그 선택은 개인의 역량에 달렸습니다.

 

> 참을성

 

미토는 참을성 혹은 끈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참는 행위의 양상은 다 다릅니다. 외국어나 공부를 하려면 끈기가 필요한데, 그런 학습에 대한 끈기로 발휘되기도 하고, 어떤 억압적 현실을 참아내기도 합니다. 또 참을성은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잘 참는 사람에게는 숨겨진 고집이 있습니다. 그 고집 때문에 소통이 안 되어 때때로 무리로부터 소외되는 일을 겪기도 합니다.

 

 

 

키워드 둘. 사막의 모래

미토는 땅 중에서도 사막과 같은 땅에 속합니다. 혹은 가마 속 도자기와 같은 달궈진 흙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흙의 덕목은 모든 걸 수용하며, 시간을 두고 씨앗과 상호교류하며 서로 잘 살 수 있게 하는 협력과 조화에 있습니다. 

 

그런데 미토는 급하고 단정적인 선택을 합니다. 도자기는 이미 무엇을 심을 수 없는 돌과 같은 흙입니다. 그래서 미토는 마치 금의 성향을 닮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 화의 성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아주 빠르게 이분법적 단정을 내립니다. 그것은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덕일 수 있지만,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키워드 셋. 천산둔(天山遯)

 

미월은 소서와 대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사화와 오화를 지나 여름과 가을의 경계인 미토에 이르렀지만 체감적으로 가장 더운 때입니다. 미월은 봄과 여름의 상승 벡터를 가을과 겨울의 하강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길목에 있습니다. 양기가 수렴되는 전환의 과정에서 기운의 충돌도 생깁니다.

 

미토의 괘상은 천산둔입니다. 이 괘의 키워드는 은둔 혹은 물러남입니다. 양이 4개고 음이 2개이지만, 음의 위치가 가장 아래인 첫번째와 두번째에 있기 때문에, 방향성으로 보자면 음의 세력이 자라나 성대해지고 양은 소멸되어 물러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상태는 여전히 양이 우세합니다. 미월의 방향성이 가을로 가는 길목에 있지만 기후로는 가장 더운 것을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양이 우세하지만 은밀한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음의 세력에 주도권을 내주는 둔괘의 이런 형세는 미토의 성향과 닮아있습니다. 미토는 매우 열정적이고 밝습니다. 특히 첫인상에서 그런 양적인 기운이 상대를 압도합니다. 그러나 점점 밑에서 올라오는 음적인 기운에 주도권을 내줍니다. 그것이 음의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감지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명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표면적인 형식과 규율을 지키려 최선을 다하지만 실제론 무질서함에 마음이 끌리거나, 사람들과 함께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겉으론 오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적으로 비밀스런 것을 간직하려 한다거나, 미래 지향적으로 행동하지만 기억이나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단호함이 있지만 의외로 상처를 깊숙하게 간직하고 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해맑게 다니지만 속 안엔 두려움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토가 목화에서 금수로 벡터가 전환되는 길목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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