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탐구하는 사주명리, 이번 시간에는 지지의 '유금'을 알아보겠습니다.

유금(酉金)은 오행 중 에 배속되고, 음양 중에는 음에 해당하여 음금이 됩니다.

 

 

키워드 하나. 닭

 

> 직관력

 

닭은 새벽을 열고 사람들을 깨웁니다. 깨운다는 말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직관적 깨달음의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유금은 이러한 닭의 구도적이고 종교적인 이미지를 닮았습니다.

 

유금은 상식적인 세계를 넘어서는 직관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성적 논리에 앞서 몸의 반응이 먼저 일어나는 직감도 이 직관의 연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금은 사람의 행동과 상황을 짧게 관찰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관적 이미지를 언어로 포착해 내는 능력도 뛰어나 시적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있습니다.

 

유금의 진단 능력은 의학에서도 발휘됩니다. 그리스에서는 닭을 치유와 부활을 강하게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습니다. 실제로 닭은 의학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수천 년 동안 여러 문화권에서 닭은 새과의 약상자 노릇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닭은 의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금을 가진 사람은 의학과 관련된 일을 했을 때 탁월한 능력을 드러냅니다.

 

> 호전성

 

닭은 보기보다 꽤 사납습니다. 투계에서는 일부러 닭의 본성을 깨워 싸움을 시키는데, 투계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맹금류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유금도 호전적입니다. 작은 일에 바로 분개하기보다 분노와 공격력이 강해지는 역치에 이르러야 맹공을 펼칩니다. 그 역치의 개인차에 따라 급하고 요란하게 공격하기도 하고, 시차를 두고 조용히 역공을 펼치기도 합니다.

 

유금의 공격력은 상대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상대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유금의 단 한 번의 공격으로도 상처를 입고 떠나갈 수 있습니다. 혹은 공격에 맞서 다른 이들과 연대를 하거나 따돌림으로 복수하기도 합니다. 때론 상대가 그 충격으로 삶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물론 상대의 방어 행위는 유금에게도 적지 않은 상흔을 남깁니다.

 

 

 

힘의 대가는 반드시 겪게 되는 법입니다. 이 공격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유금의 숙제라 할 수 있습니다. 유금의 공격력은 적절하게 쓰면 일깨움과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남용하면 좌절과 증오만 남게 됩니다.

 

유금이 자신의 공격력을 제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처사에 대항할 때입니다. 이것은 금의 성향에 속합니다. 금은 다섯 가지 덕목 중에서 의(義)에 배속되며, 숙살지기로서 공정함에 반하는 비리와 떳떳하지 못한 것들을 제거합니다.

 

이런 금의 성향을 빼닮은 유금은 공정성의 구조를 해치는 불순한 세력을 강하게 공격합니다. 때론 세력이 약한 입장에 있어도 강렬하게 저항할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의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신의 기준만이 옳다고 여기는 순간 도그마에 빠지게 됩니다.

 

> 정주적

 

인목이나 오화가 이리저리 떠도는 유목적 운명을 타고 났다면 유금은 상대적으로 정주적입니다. 닭이 그렇듯 대개 한 곳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처하는 곳과 매일 업무를 보는 곳의 환경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안락함, 편리성, 청결함, 디자인 등의 기준을 가지고 정주의 환경을 까다롭게 고르고 관리합니다.

 

그런 만큼 한 곳에 정착하면 좀처럼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주의 의미는 꼭 거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확장해서 보면, 어떤 학문을 몇 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유금 인성), 한 조직에 오랫동안 속해 있기도 하며(유금 관성),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 오래 정착하는 경우(유금 재성)도 있습니다. 또한 한 번 사귄 친구와 오랜 시간 만나거나(유금 비겁), 예술 작품이나 글, 발명품, 식물 키우기 등 무엇인가를 생산해 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경우(유금 식상)도 정주와 관련이 있습니다.

 

 

 

 키워드 둘. 가공된 금속

유금은 천간의 신금과 통합니다. 보석이나 칼 등 날카롭게 가공된 금속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날카로움은 예민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유금에겐 과단성을 설명하는 상징으로 더 어울립니다. 유금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결정하진 않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면 과감하게 결정하고 바로 실천에 옮깁니다. 결정을 한 후로는 잘 번복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결정을 밀고 나갑니다. 지지에서 구현되는 날카로움의 표상은 의학, 종교, 예술 등의 분야와도 연결됩니다.

 

 

키워드 셋. 풍지관(風地觀)

 

유금은 풍지관괘에 배속시킵니다. 양효가 2개, 음효가 4개 붙어 4음(陰)이 됩니다. 음이 득세하니 성장이 멈추고 갈무리의 시절이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유월(酉月)은 백로와 추분을 끼고 있습니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힙니다. 이 서늘한 기운이 곧 추수 때가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추분부터는 가을걷이가 시작됩니다. 신월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시기가 유월부터인 것입니다.

 

이런 가을걷이의 풍요로움을 유금의 현실 감각과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금은 현실에 대한 뛰어난 감각이 있습니다. 매우 실용적이며, 불필요한 기운을 줄이고 최대의 성과를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월지 유금의 경우, 성과주의에 빠질 수 있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으나 가장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마음은 무리수를 두기 마련입니다.

 

이런 결과에 대한 집착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 바로 '과로'입니다. 항상 과로에 시달린다면 결과에 대한 의지가 너무 항진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결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옵니다. 집착적 의지가 항진되지 않도록 몸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풍지관괘에서 관은 '보이다'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관괘에서 지시하는 '보이는 사람'은 백성을 다스리는 지위에 있는 자가 되는데, 이 사람의 품성이 명령에 의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범을 보여 교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유금의 관계 기술 전략과 유사합니다. 유금은 청렴함과 솔직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숨기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이끌어 가는 당당함을 갖추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을 교화시킨다기보다는 할 말을 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유금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 화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뿌리엔 청렴함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고 상대에게 말을 하는 것을 유난히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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