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탐구하는 사주명리, 이번 시간에는 지지의 '해수'를 알아보겠습니다.

해수(亥水)는 오행 중 에 배속되고, 음양 중에는 양에 해당하여 양수가 됩니다.

 

 

키워드 하나. 돼지

 

> 은밀한 자기 세계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를 놓는 이유는 돼지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돼지는 12지지에서 수에 배속이 되는데요. 물은 분별과 현실의 불의 세계와 반대되는 비분별적인 현실 너머의 세계로 표상됩니다. 돼지머리를 놓는 것은 현실과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돼지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상징적 동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수의 세계도 이중적입니다. 양수이기 때문에 임수처럼 밝고 넓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어느 시점에선 다수와 스스로 분리되어 혼자가 되려 합니다. 욕망도 그렇거니와 환경적으로도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자수와 달리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약간 4차원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특별한 것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소일을 한다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기도 합니다. 또는 은밀한 차원을 감각하려고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꼭 신내림 같은 무속적 접속이 아니더라도(해수는 남다른 예지력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예술, 문학, 사진, 비주류 과학, 종교, 술수 등의 영역을 혼자 공부하기도 합니다.

 

어찌 됐건 해수는 현실의 시공간 외에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감지하고 느끼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거기서 일정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에로스

 

돼지는 다산의 상징입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돼지고기를 정력을 보하는 음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해수 역시 에로스적인 에너지가 강합니다. 해수는 평소엔 잠잠하게 있다가 어떤 인연 조건에 딱 접속되는 순간, 안에 있던 에로스를 분출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힘은 출산의 능력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일이나 관계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목화처럼 불이 확 붙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진흙에서 뒹구는 멧돼지나 코뿔소처럼 오래도록 그 습기 많은 곳에서 천천히 빠져들고 오랫동안 즐깁니다. 느린 쾌락이라고 할까요. 돼지의 왕성한 에너지는 이런 에로스에서 나옵니다.

 

> 조용한 파티

 

해수는 식복이 많고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식탐은 아닙니다. 식탐은 신체의 항상성이 깨져서 생기는 일종의 병리입니다.

 

 

 

해수의 식욕은 같이 먹는 데서 나옵니다. 해수는 인정이 많아서 음식을 나눠 먹길 좋아합니다. 그래서 혼자 먹기보다 조용한 파티를 열어 같이 나누길 원합니다. 음식을 나눠 먹을 때가 해수에게는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해수가 식탐을 보이면 비위에 탈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수는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키는 편이라 해수가 먹고 탈이 난 것은 식탐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 낙천성

 

해수는 잘 웃습니다. 음중지양, 즉 음 중의 양이 가진 특성입니다. 해수의 반대편에 있는 사화도 잘 웃지만, 사화는 분별력이 강해 웃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며 돌변합니다. 해수는 돌아서서 화가 날지 모르지만 일단 웃습니다.

 

사화와 해수가 둘 다 있으면 해수의 성향이 먼저 드러납니다. 될 수 있으면 참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낙천적인 성격도 한 번 화가 나면 무섭습니다. 사화도 꼼짝 못합니다.

 

> 지능

 

돼지의 지능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해수도 머리가 좋은데요.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외국어 습득 능력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지거나 동기부여가 있어야 능력을 스스로 개발합니다.

 

 

 

 키워드 둘. 겨울 강

해수는 입동과 소설을 포함합니다. 수(水)라는 물질성과 추운 계절성을 합하면 차가운 물, 겨울 강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겨울 강은 고요합니다. 하지만 얼음 밑에는 여전히 물이 흐릅니다. 표면적으로는 고정되어 있지만 내면에서는 유동하는 형상이 연구자, 학자 등의 이미지와 겹칩니다. 연구실에서는 고요하게 칩거하고 있는 듯 하지만 내면에서는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할 것입니다. 때론 그것이 진짜 세상을 놀라게 할 업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수는 그것과 관계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연구를 지속할 것이며, 자기의 사유가 실험되는 현장을 즐길 것입니다.

 

특히 월지 해수의 성향이 그렇습니다. 월지 해수는 혼자 묵묵하게 실력을 쌓을 뿐,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력을 더 쌓은 뒤 내놓으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셋. 중지곤(重地坤)

 

곤괘는 여섯 개의 음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다음 괘는 자수의 지뢰복괘가 될 것입니다. 지뢰복은 맨 아래에 양효가 하나 올라오고 있는 형상입니다. 즉, 일양(一陽)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곤괘는 일양을 발생시키는 조건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완전한 음의 상태, 이 음의 극한에서 양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해수는 음이 극에 이를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사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지겨운 과정을 지속시키는 근기, 그 끝에서 어떤 양적인 생명력이 탄생되는데, 해수는 그 대가를 받을 만한 자격이 됩니다.

 

그러나 해수가 있더라도 대부분은 이런 지속적인 수렴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것은 다른 글자(간지)와 함께 운명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즉,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에 을목이나 사화 등 다른 간지가 개입함으로써 해수의 능력을 가로막습니다. 해수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기도 예기치 못한 새로운 주체가 생성될 것입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