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탐구하는 사주명리, 이번 시간에는 지지의 '신금'을 알아보겠습니다.

 

신금(申金)은 오행 중 에 배속되고, 음양 중에는 양에 해당하여 양금이 됩니다.

 

 

키워드 하나. 원숭이

 

> 어두운 총기

 

신금은 영리하고 다재다능합니다. 원숭이의 재주와 비견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리함과 재능으로 곧잘 자기를 망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조삼모사의 고사를 보면 원숭이는 자기 꾀에 속습니다. 신금의 재능과 지혜도 이런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재주는 총기에서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주는 쓸수록 총기를 어둡게 합니다. 재주는 다른 능력과 섞이려 하지 않습니다. 삶 전체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특정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재주는 세상을 읽는 시야를 좁힙니다. 시야가 좁으면 마음도 좁아집니다. 그래서 자주 우울해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때론 일상을 산만하게 살거나 변덕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 반사회성과 위계

 

신금은 혼자 지내는 것을 크게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는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혼자 있거나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해서입니다. 그것은 어두운 총기와 우울감에서 비롯된 음적인 행위입니다. 

 

신금은 본태적 우울을 감추려 합니다. 대신 겉으로는 천진난만함을 내세우는데, 그것은 가면이 아니라 자기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유전학적으로는 표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울감이 열성인자라면 천진난만함은 우성인자입니다. 우성이 먼저 드러납니다.

 

 

 

이 부분은 미토와 비슷합니다. 미토는 표면적으로는 열정적이고 밝지만 음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금보다는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리고 미토는 사회적인 역량, 즉 사람들과 섞여 사는 힘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반면, 신금은 사회적 관계가 고립된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신금은 조직적인 관계에서는 잘 적응하는 편이고 임기응변 능력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즐겁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 운영에 참여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은 되도록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외로 조직의 서열과 위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특히 여자가 더 그렇습니다.

 

 

 

키워드 둘. 바위산, 무쇠

 

신금은 양금(陽金)으로서 천간 양금인 경금의 상징인 바위산과 무쇠의 이미지를 공유하며, 그 기호가 생성하는 의미 중 일부가 경금의 성향과 유사합니다. 예컨대 강한 결단력, 실리적인 점 등이 닮았습니다. 실리에 대한 계산이 빠르며 큰 실리를 위한 작은 손해는 과감하게 감수할 줄도 압니다. 

 

계산은 곧 강한 결단과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불만도 무시하는 편이라서 때론 매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결단은 매우 파격적이라서 주변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 변화 때문에 기존의 사람들과 등을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심리적 배경엔 우월감이 자리합니다. 그것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총기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총기가 옳은 결단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합니다.

 

 

키워드 셋. 천지비(天地否)

 

신금의 괘상은 건괘가 위에 있고 곤괘가 아래에 있는 '천지비'입니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밑에 있으니, 인목의 태괘와는 반대의 위치입니다. 태괘는 소통을 상징하지만 비괘는 정체됨을 뜻합니다. 

 

정체는 불통입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이 섞이지 않고, 하늘은 하늘대로, 땅은 땅대로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역에서는 소통을 이질적인 것들과의 교합 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비괘는 다른 것끼리 섞이지 않으니 불통이 됩니다. 

 

신금의 반사회성이 이 괘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섞이지 않는다는 점은 전문가적 성향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한 분야만 깊게 파는 전문성을 정체와 불통의 한 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금은 대체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한 분야에 총명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적인 역량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주역의 입장에서는 소인의 영역입니다. 소인배는 자기 재능을 과신합니다. 자기의 재능을 과신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신금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많은 삶의 가능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른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계절적으로 신금은 가을의 입구에 있습니다. 절기로는 입추와 처서에 해당합니다. 괘상으로 3음, 즉 음효 3개가 아래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숫자로는 양효와 3대 3이지만, 아래쪽 효들이 새롭게 생성되는 위치인 까닭에 세력으로는 이미 음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이 세력을 장악했다 해도 양의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처서 무렵엔 벼 이삭이 패어야 하므로, 이때가 벼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낮 동안 강하고 쾌청한 햇볕이 계속 내리 쬐어 줘야 합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이때 비가 오는 것을 아주 꺼려합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을 추수를 위해서는 음적인 수렴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렴과 응축이 한 번에 일어나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위해 음기는 전력을 갖추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직은 양기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입니다.

 

신금을 잘 쓰는 사람은 이 기다림의 시간을 잘 견디고, 때에 맞춰 거두어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금은 조금 성급하거나 늦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미리 마무리를 하려 하거나, 넋을 놓고 있다가 너무 늦어 버립니다. 

 

가을은 봄여름의 양기를 음기로 전환하는 계절입니다. 특히 신월은 가을의 초입에서 성장 동력의 벡터를 바꿔 수렴의 방향으로 전환시킵니다. 그래서 신금은 결실을 맺으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약간 서툽니다. 그것은 아직 여름이 마무리되지 않고 가을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신금은 타이밍에 대한 화두가 있어야 합니다. 한 번에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결실의 과정을 밟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특히 월지 신금에게 더 중요합니다. 그들은 자기 능력을 과신한 탓인지 주변의 관계성을 무시하고 시절의 흐름을 자주 놓칩니다. 

 

능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을 잘 둘러봅니다. 벤치마킹도 하고 조언도 구합니다. 그들에겐 한 번의 선택을 위한 타이밍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늘 실패와 재도전을 통해 현장에서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실패하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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