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탐구하는 사주명리, 이번 시간에는 지지의 '진토'를 알아보겠습니다.

 

진토는 오행 중 에 배속되고, 음양 중에는 양에 해당하여 양토가 됩니다.

 

 

키워드 하나. 용

 

> 이상(理想)

 

용은 12지 동물 중 유일하게 현실의 동물이 아닙니다. 전설과 신화 속의 동물이고 꿈속의 동물입니다. 이런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면은 고스란히 임상적으로 반영되는데요. 진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과거나 현실보다 미래에 관심이 많고, 항상 비전과 꿈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때로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그래서 진토는 종종 허세나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성향은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함으로써 현실적인 삶의 실천에 생동감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동기가 실천으로 이어지고 실천이 차근차근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완전히 바뀐 환경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성실함과 좀 느리게 찾아오는 감각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동기를 성실하게 실천해 가면 현실적인 변화가 찾아옵니다. 진토는 그것을 변화가 도래하고 안정이 될 때쯤 갑자기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급작스러운 변화는 평소엔 미꾸라지로 살다가 뇌우와 함께 하늘로 승천하는 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꼭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환경이 아니더라도, 존재와 신체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거나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등 지각의 차원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진토의 이상적인 비전은 때때로 현실적으론 실현하기 어렵다고 평가되는 도전을 서슴없이 감행하곤 하는데요. 특히 진토는 큰일이 닥쳤을 때 오히려 차분해지며 상황을 전환시킬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이나 살아온 방향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공부를 위해 기존의 삶을 과감히 바꾸기도 하고,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길을 내기도 합니다.

 

> 명예 

 

동양에서의 용은 주로 권력, 특히 왕권을 상징합니다. 임금을 나타내는 말에는 용이 들어가죠. 진토가 그런 제왕적 권력을 추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은 어떤 이익이 생겨도 과감하게 그만둡니다.

 

> 융합

 

용의 몸이 여러 동물들의 신체가 섞여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만물을 아우르는 대지의 본성과 통합니다. 임금을 용으로 비유하는 것도 각 지역의 백성들을 통합하려는 목적과 연결됩니다.

 

 

 

진토 역시 융합의 성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모으고 하나의 공동체, 조직 등을 결성하거나 통합적인 공부의 방식 등으로 실현되기도 하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섞어서 대충 넘어가려는 의도로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 지속적 도전

 

진토는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해 끝없는 도전을 합니다. 그것은 진토 속에 잠재되어 있는 지장간 무토의 역량이기도 합니다. 잘 안 될 때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도하더라도 언제든 재기할 기회를 노립니다. 

 

진토는 자기 욕망의 실현과 관련해서는 인내심이 강합니다. 좀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오히려 그 참아냄이 또 다른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토에게는 항상 아직 다 풀지 못한 재밌는 숙제 혹은 놀이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스트레스로 남겨져 있기보다 도전해야 할 짜릿한 먹잇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 둘. 비옥한 흙

 

진토는 습하고, 부드러운 비옥한 땅입니다. 이런 땅에는 무엇을 심어도 결실을 잘 맺습니다(특히 월지 진토). 진토는 준비된 땅으로, 거기에 일정한 노력과 염원이 심어지면 비옥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귀한 땅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쉽게 자만에 빠질 수 있습니다. 노력을 하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삶에 활력을 주는 소중한 가치인데요. 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는 노력해도 잘 안 될 때 문득 도래합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자각은 "예기치 않은 힘들과 어떻게 섞일 것인가" 하는 전략을 낳습니다. 

 

자신감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새로운 정치력입니다. 일이 잘 되기만 하면 자만심이 생기고, 자만심이 생기면 머무르게 됩니다. 그게 한계입니다. 하지만 실패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정치력은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내며 나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진토에게 실패는 귀한 선물입니다. 

 

 

키워드 셋. 봄의 땅(월지 진토)

 

진월은 청명과 곡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봄은 인월에 오고, 땅의 봄은 묘월에 오며, 사람의 몸은 진월에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명과 곡우야말로 진짜 봄다운 봄을 체감할 수 있는 절기입니다. 몸에선 목기운이 활개를 치므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월지 진토를 가지고 있다면 이 두 절기 중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계절적으로는 봄의 끝이지만 체감적으로는 봄의 한가운데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목의 분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토의 지장간에 있는 을목의 성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성향이 용의 이상적인 면과 결합하면 기존의 종교, 이념과는 다른 변칙적이고 새로운 영성과 사상에 대한 욕망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주술성을 자신의 학문과 결합하기도 하며, 신앙적인 것을 사유의 영역에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키워드 넷. 택천쾌(澤天夬)

 

진토는 여름의 시작인 사화 직전의 지지입니다. 진토는 여름 직전, 봄의 따뜻함이 고조되어 있을 때의 땅이고, 진토의 지장간에는 계수를 포함하고 있어서 물을 머금고 있는 진흙입니다. 그러나 청명이 지나 곡우가 되면 오히려 가뭄이 심해집니다. 

 

진토에 해당하는 괘는 택천쾌로, 5개의 양과 1개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순서상 가장 위의 음이 이제 곧 양으로 대체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봄은 이제 남아 있는 겨울의 기운을 척결하고 여름으로 과감하게 나아가려 합니다. 진토가 신자진 삼합에서 자수의 겨울 기운을 갈무리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이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으론 계수를 잠복하고 있으되, 밖으로는 지난 음기를 척결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여름에 새로운 음기를 맞이하기 위해선 기존의 음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가뭄이 생긴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 가뭄을 견뎌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진토는 새로운 음기를 맞이하기 위해 묵은 기운을 과감하게 제거합니다. 이것이 진토의 새로운 통합 능력이자 결단력입니다.

 

하지만 지장간에 남겨진 계수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겉으로는 척결되었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는 묵은 음기운입니다. 이 기운이 양적 행보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게 붙잡습니다. 

 

겉으로는 해결이 되었지만 끝까지 남아 있는 묵은 기운은 양날의 칼입니다. 이것이 과도한 양적 항진을 다스리는 미덕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더 밀고 나가야 할 지점에서 포기하거나 멈춰 버리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계수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 가에 따라 역할의 공과가 바뀝니다. 

 

이렇게 은밀하고 음적인 역할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잘 다스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